과거의 사료에서
미래의 해법 찾는 독서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도움말 홍근철 편집자(문학과지성사)
전공 파헤치기
역사 안에 미래 있다?
역사학은 과거의 시간에 얽매인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과거 이상으로 중요한 학문의 대상일 수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란 명구에 드러나 있듯이 과거의 데이터에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이용해 현재와 미래의 나침반으로 삼는 학문이다. 따라서 역사학을 공부하려면 과거의 사료뿐만 아니라 미래 예측에 관한 책을 두루 읽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학에서 전공으로 역사를 공부하려 한다면 초·중·고 시절 필수 과목으로서의 역사는 잊는 것이 좋다. 역사학은 역사에 대한 지식 자체가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사고력을 포괄하는 깊은 학문이란 사실을 알아두자.
전공 적합‘생’ 되려면?
역사적 상상력 길러라
전문가들은 역사학 전공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역사적 상상력’을 꼽는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과거의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직접 겪어보지 못한 과거와의 대화를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역사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과거의 사료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탐구심과 인내심도 역사학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물론 역사·문화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은 기본 중의 기본임을 잊지 말자.
ONE PICK! 사학과 전공 적합서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
지은이 김기봉
펴낸 곳 문학과지성사
역사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역사학의 미래를 보여주는 책 <음양이 뭐지?>
‘21세기, 역사학의 길을 묻다’는 부제목에 드러나 있듯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역사학도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책머리의 들어가는 말도 ‘역사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라고 쓰여 있다.
기존의 역사서에서는 보기 힘든, 역사학의 미래를 논하는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300쪽 넘는 분량의 압박을 넘어선다. 책은 역사를 과거의 틀 안에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연관 지어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다.
역사학이 과거에 갇힌 학문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해법을 찾는 학문이란 점에서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지은이 김기봉 교수는 역사학을 학문의 틀에 가두지 않고, 그 경계를 넘어 사극·역사소설 등 대중 역사 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활발한 역사비평 작업을 해 온 역사학자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에 머물지 말고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아보라고 힘주어 말한다. 문학과지성사 홍근철 편집자는 “빅데이터의 출현은 과거의 사실을 탐구하는 데이터 학문인 역사학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지은이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주시해왔다. 책을 통해 그는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살아갈 인류의 역사학은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대변되는 ‘어제의 역사학’과 같을 수 없다고 말한다. 상상력을 제고하는 미래 역사학, 미래 인문학의 가능성을 탐
문한다.
과거의 사실을 복원해 한국사를 재구성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역사학 연구자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시한다. 미래의 역사가를 꿈꾼다면 지은이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라”라고 추천의 말을 전해왔다.
선배가 들려주는 나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경기대 사학과 4학년 | 윤혜기
"<아리랑> <한국 고대사 산책> 추천해요”
Q 사학과로 진학하게 된 동기는?
A 초등학교 3학년 때 만화책 <조선왕조 500년>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 출판된 흑백만화책이었는데 너무 재미있더군요.
반복해서 읽고 또 읽고, 만화 내용을 달달 외우게 될 때까지 수십 번을 읽은 것 같아요. 만화였지만 그 안에 필요한 역사 지식이 전부 포함돼 있어서 조선 왕조에 대해 웬만한 것은 다 꿰뚫게 됐죠. 그 후로 다른 역사책들도 찾아 읽고, 역사책을 많이 읽다 보니 역사를 잘 알게 되고 역사가 좋아졌어요.
다른 분야는 거의 염두에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려는 후배들에게 역사는 사건과 연도를 외우는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질문을 매개로 소통하는 학문이란 사실을 말해주고 싶어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으로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정말 사실인지 확인하지요.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학계에서 정설이라 여기는 것들을 알고 있어야 해서 한국사검정능력시험 고급 정도 수준의 역사 지식은 가진 상태로 진학할 것을 권해요.
Q 고교 때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A 조정래의 <아리랑>입니다. 중학교 때 은사님이 졸업 선물로 사주셔서 읽게 됐어요.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이야기를 12권에 담은 역사 대하소설이죠.
분노하고, 슬퍼하고, 감사하면서 10개월 동안 책을 읽었어요. ‘역사가 내 길이 맞나?’ 하는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다 읽은 후 역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은 전부 지루하고 따분한 책이라고 했는데 저는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거든요.
이 책이 제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해주었죠. 고전 문학도 많이 읽었어요.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 그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므로 역사를 공부하려는 제게 무척 유익했어요. 하나를 꼽자면 영웅소설이자 여장군소설인 <홍계월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역사는 결국 텍스트를 읽어내야 하는 학문인데, 그러려면 문장력과 독해력이 중요하고 이런 능력을 기르는 데는 고전이 효과적인 것 같아 추천합니다.
Q 후배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A <역사의 쓸모>를 추천합니다.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아주 많은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역사 속 인물로부터 얻는 교훈’에 초점을 맞춰 서술된 책이에요.
지은이는 역사를 사람과 만나는 일이라고 소개해요. 현재의 우리가 가진 고민에 대한 답을 역사 속 인물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에 의구심이 든다면 <한국 고대사 산책>을 읽어보세요. 고조선의 영토가 어디까지인지,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결혼 이야기가 실화인지, 고구려와 신라 중 어느 나라가 더 먼저 건국됐는지 등 대충 넘겼던 역사적 사실들을 다시 살펴보고 합리적 의심을 하게 이끌어줍니다.
역사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신화와 설화로 구성된 <삼국유사>를 읽어보세요. 쉽고 재미있는, 한국사 연구의 중요한 사료이므로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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