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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서강대 인문계 남정동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문학으로 세상 보기

남정동 | 서강대 인문계 , 충남 논산대건고 졸업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뭐든 읽고 쓰는 걸 즐겼다.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찾은 해결책은 ‘독서 일지’를 활용한 ‘생각 정리법’이다. 올해 서강대 학생부 종합 2차 전형을 통해 인문계에 입학한 남정동씨는 문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 이 방법을 한국사와 수학 등 다른 과목에도 적용했다.  독서라는 실마리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고의 확장으로 꾸준히 공부해 3.9였던 내신 등급을 2.4까지 끌어올렸다.  말하긴 쉬우나 실천은 어려운 책을 통한 지적 성장의 과정, 정동씨의 합격 스토리가 궁금하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남정동  서강대 인문계 , 충남 논산대건고 졸업


 

두 장의 수시 원서를 서강대에, 간절했던 합격 소식 


너무나 간절해서였을까.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믿기 힘들었다. 수시 6장 중 2장을 서강대 학생부 종합 전형 1차와 2차에 지원한 정동씨는 ‘학생부 종합 2차’ 전형으로 서강대 인문계에 합격했다. 국어국문학과로 정해 지원한 1차가 아니라, 계열로 통합 선발한 2차에서 합격해 더욱 기뻤다고.


“선생님들이 원서를 꼭 쓸 거면 한 장만 써도 되지 않겠냐고 많이 말리셨어요. 제 성적으로는 상향 지원이었고, 한 장의 카드도 허투루 버릴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복수 전공이나 다전공 제도가 잘돼 있는 서강대에 꼭 오고 싶었어요. 진로를 다듬어가는 중이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넓고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에 끌리더라고요. 얼떨떨한 기분이 조금 가신 다음엔 ‘내가 어떻게 뽑혔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은 모르지만, 제가 좋아하는 문학 안에서 다양한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과 노력을 알아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동씨에게 문학은 곧 다양한 각도로 일상을 바라보게 하는 훈련이었다. 왜라는 질문을 항상 던졌고, 아무리 소소한 답이나 아이디어도 흘려버리지 않고 메모장에 적었다. ‘문학 작품을 즐기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많이 발굴함. 시사 철학 역사 건축 과학 등 지식을 넓히고 통찰력을 키움. 다양한 분야의 소양을 탄탄히 쌓아 과학·인문 분야를 아우르는 지적 자질을 갖춤.’ 고교 3년간 꾸준히 이어간 노력의 흔적은 학생부 곳곳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았다.



진짜 책 읽기란 이런 것! 논리적 학습 방법 깨달아


“고등학교 3년을 돌아보면 ‘읽고 쓰고 생각하고 정리하기’를 반복한 것 같아요. 문학을 통해 철학 인문 사회 뇌과학의 매력을 알았고, 논리적인 수학 공부법까지 터득하게 됐죠. 매일 아침 독서 일지를 쓰고 수시로 메모하면서 생각을 확장하는 습관이 저를 성장시켰다고 생각해요.”


정동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문학가를 꿈꿨다. 그래서 학교의 독서 활동 프로그램인 ‘독서 일지 쓰기’가 더욱 특별했다. 어떤 학생에게는 부족한 과목을 채우는 자습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는 이 시간에 ‘진짜 책 읽기’를 했다. 


 “<생각 정리 스킬>이라는 책에서 질문으로 생각을 확장하고 로직트리로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원리를 알게 됐어요. 로직트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 기법 중 하나인데, 여러 선택지를 중복 없이 나열하고 고르는 방식이죠. 이 방법을 독서 일지에 적용해봤고, 핵심 내용, 퀘스천 맵, 비평으로 구성해 매일 글쓰기 훈련을 했습니다.”


이 방법은 한국 문학의 감수성에 빠져 있던 정동씨를 한국 문학사의 또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한국 문학사의 논리와 체계>를 읽으면서 B4 용지에 한국 문학의 기원부터 현대 문학까지 직접 손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그걸 왜 하느냐고 물었지만, 20쪽에 달하는 자료를 정리하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어요. 독서 일지와 논리적인 생각 정리는 문학 작품 감상뿐 아니라 토론을 즐기는 탐구정신을 갖추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꼬리를 무는 물음표, 어느덧 오르기 시작한 성적


1학년 때까지는 교과 내신 평균이 3.9등급이었다. 입학 이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교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에 성실히 참여했지만 좀처럼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즐기는 것과 잘하는 건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국어 과목을 좋아하긴 했지만, 성적은 잘 안 나왔어요. 다행히 2학년 중반 무렵부터 성적이 쭉 올랐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동안 쌓아온 독서의 힘 덕분인 것 같아요.”


정동씨의 지적 확장 과정은 독서를 매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이다. 일례로 <징비록>을 배운 뒤 한국사 시간의 ‘랩 만들기’ 수행평가에서 ‘일본놈들’이라는 제목으로 이순신 장군을 소개했다. 이후 이순신 장군에 관심이 생겨 심층 주제 발표 시간에 ‘이순신과 장그래의 공통점’ 연구를 했고,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으며 이순신 장군을 더 깊이 탐구했다. 그렇게 접한 김훈 작가에 대한 관심은 다시 그의 수필 <라면을 끓이며>로 이끌었고, 작품에 등장하는 기계적 현대인, 익명성, 죽음, 노동, 돈 등의 개념을 분석하며 철학적 사고로 확장하는 데까지 다다른다. 


“책을 읽고 틈틈이 메모하는 습관도 도움이 됐어요. 메모장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탐구 활동을 진행해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죠. 평소 체계적인 메모 습관만 갖추고 있어도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돼요. 제 경험으로는 성실한 생활관리뿐 아니라, 학업 효율을 높이는데도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여기에 논리적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한 <수학Ⅱ> 과목도 의미가 크다. 수업 시간에 미적분을 배우며 깨달은 논리적 사고방식을 다른 과목으로 넓혀 적용해보니 문제 해결이 한결 쉬워졌다.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 봉사’에서 깨달은 공감과 배려


학급 독서토론부 부장과 직접 만든 독서 탐구 동아리 ‘다독다독’ 활동만큼이나 의미 있었던 일은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 봉사’다. 글쓰기의 즐거움보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육청에서 추천해주신 어르신 댁을 찾아가 그동안 살아오셨던 얘기를 직접 듣고 자서전을 써 드리는 활동이에요. 어느날 인터뷰 중에 갑자기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한글을 배우지 못해 손녀와 연락하기도 어려웠던 일을 얘기하면서 갑자기 우시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담담히 제 등을 쓰다듬으면서 다독여줘 깜짝 놀랐어요. 기록에만 집중해 할머니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게 죄송스러웠죠. 어른스러운 친구의 모습을 보며 반성도 하게 됐고요.”


평소 ‘남에게는 너그럽게, 나에게는 엄격하게’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었지만, 막상 실생활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더 쓰린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운동을 즐기는 정동씨 주변에는 늘 친구가 많았다. 중학교 때 축구부 선수로 활약했던 만큼 운동에는 자신이 있다고. 축구는 물론 배구 농구 야구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할 것 없이 공으로 하는 건 뭐든 잘한다.


“공부하다 힘들면 틈틈이 친구들과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지난 일을 후회하는 편은 아니에요. ‘무엇이든 내가 선택한 일이니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성악가 조수미씨의 멋진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힘들어도 받아들이고 이겨내자는 쪽으로 좋게 생각하는 편이죠.”

 


다전공·연계전공 덕분에 한층 넓어진 진로 설계


정동씨는 대학에 입학해 박찬욱 감독이 창설한 영화 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에서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영화 제작보다는 비평이나 스터디 중심으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방학을 맞은 요즘은 경제 서적인 <맨큐의 경제학> 후반부를 읽고 있다. 경제학원론 수업의 교재인데, 외출할 때마다 들고 다니며 읽을 만큼 흥미롭다.


“꽤 두껍고 무거워서 ‘내가 진짜 대학생이 됐구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책 중 하나예요. 하하. 일상에서 누구나 평범하게 갖고 있던 생각을 그래프나 이론으로 풀어낸다는 게 재밌어요. 아마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생긴 경제 분야에 대한 관심 때문에 더 그럴 거예요. 저희 ‘인문계’는 1학년 마치고 나면 국어국문학 사학 철학 종교학 전공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습니다. 다방면에서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는 걸 전제로 더 탐색하려고 해요. 문학뿐 아니라 경제나 행정 분야도 제게 잘 맞는 것 같아 우리 대학의 다전공이나 연계전공 제도를 십분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인터뷰와 촬영 내내 함께한 <맨큐의 경제학>을 들고 돌아서는 정동씨의 발걸음에 따뜻한 응원과 격려 한줌을 얹어 보낸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교내 독서 토론 학습 동아리 ‘다독다독’을 창설하고 <나는 누구인가(강신주)>를 읽고 현대인들을 피로하게 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논설문을 씀. 문학가를 희망하며 독서 정리를 하면서 건축과 물리 등 평소 읽지 않던 책들을 접해봄으로써 독서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종교학> 서양 문예사조 중 러시아 문학에 흥미를 느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차이점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함. <고전읽기>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들뢰즈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 철학까지 확장해 탐구하면서 힘들었던 경험을 토로하기도 한 서평은 어려운 철학책을 읽는 과정뿐 아니라 개인의 내면적 성장까지 엿볼 수 있는 수준이었음.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문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에 참여함. 봉사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따뜻함과 어르신을 공경하는 모습이 감동적임. 학급 독서토론부 부장으로서 나의 독서 리포트 시간에 <죄와 벌>을 급우들에게 빌려주고 감상평을 받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문학이 인간은 모두 다 다른 존재임을 확인하기 위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글을 작성해 제출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문학적 감수성이 탁월하고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학생임. 문학 속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라면을 끓이며(김훈)>에 함축된 현대 사회 비판 의식을 분석해 진로 연계 심화 탐구 보고서를 작성함. 이 학생이 문학 속에서 철학과 인간적 삶의 비판의식을 끌어내고 공감하는 것을 알 수 있음.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메모장의 활용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메모장의 효과와 활용 방법에 관해 강연함. 메모장의 활용 방안으로 작은 아이디어도 쓰기, 한계일 때 한 개 더 쓰기, 꾸준히 쓰기 등 3가지 측면으로 강연하는 모습에서 체계적인 메모 능력, 아이디어 발굴 경험 등을 확인할 수 있었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심화영어독해Ⅰ> 원서 독해 능력이 뛰어나며 단순히 원서의 내용 해석에 그치지 않고 원서가 쓰인 시대적 배경과 해당 국가의 문화적 배경 등을 고려해 이해하려는 모습에서 언어적 감각이 돋보임. 

 



선택 과목


▒ <수학Ⅱ> 
2학년 2학기 때 수강했는데, 미분과 적분에 대해 배웠다. 선배들에게 말로만 듣던 ‘미적분’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신청했는데, 결과적으로 내신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 고마운 과목이다. <수학Ⅱ>를 배우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 <고전읽기> 
중학교 때부터 현대 작품보다는 고전에 더 끌리고 관심이 많았다. 2학년 2학기 때 신청해 수업을 들었는데, 고전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고전을 감상하는 문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 <사회탐구방법> 
2학년 2학기에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된 과목이어서 다른 학교를 찾아가 수강했다.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 ‘나의 인생 과목’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 <심화영어회화> 
공동 교육과정으로 원어민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다. 교과서로 배운 영어 문장을 실제 회화에 활용하고 싶어 신청했다. 영미 소설을 읽거나 주제를 정한 글쓰기 활동을 통해 영어 독해 능력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