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조원빈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지리 마니아,  도시계획 전문가를 꿈꾸다 

조원빈  |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충남 논산대건고) 

 

1학년 때만 해도 구체적인 희망 진로가 없었다. 사회 과목에 흥미가 있었기에 그중에서도 여러 분야와 접점이 많을 듯한 <한국지리>를 선택했다. 배워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2학년 선택 과목으로 정했던 <경제>와 <사회·문화> 대신 <세계지리>와 <세계사>로 갈아탔다. 논산대건고는 탐구 과목을 학기제로 운영했기에 학생들이 한 학기를 마친 뒤 다음 학기에 배우기로 한 선택 과목을 자유로이 바꿀 수 있었다. 지리를 배울수록 도시계획에는 복합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도시계획 분야에 관심이 생긴 조원빈씨가 관련 학과를 찾아보다 만난 곳이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지리 마니아와 물리 마니아가 만나다  


지리를 배우면서 가장 흥미 있게 느낀 것은 지형, 기후와 같은 자연환경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호남 지역의 높은 기온과 여름철의 높은 습도는 음식이 상하기 쉬운 조건이다. 전라도 김치가 다량의 고추와 마늘, 젓갈 등을 이용해 특유의 음식 문화를 만들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리 마니아로 친구들에게 알려지면서 물리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가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성 분석 활동을 함께해보자고 제안했다. 


“친환경 에너지의 효율성을 분석할 때 물리학적으로만 접근하면 해석이 잘 안 된다는 친구의 얘기에 제가 지리적 요인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아보기로 했어요. 도시와 토지의 효과적인 이용에 관심이 많았던 때였거든요. 마침 <세계지리>를 배울 때여서 저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필요한 도시를 선정하고, 필요한 지리 정보를 수집해나갔죠. 여러 국가의 수도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과 전력 소비율, 보급률 등 몇 가지 기준을 세워 조사해보니 미얀마의 양곤이 눈에 띄더라고요. 에너지 수급이 어려운 반면 인구가 많은 미얀마에서는 나무를 베어 에너지를 얻다보니 환경오염이 심했어요. 구글 프로그램으로 기상 관측 지도를 살펴보니 양곤은 여름과 겨울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강 하류에 위치해 있어 풍력과 수력이 모두 어려운 조건이더라고요. 태양광 발전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죠.” 


원빈씨가 수집한 건기, 일사량 등의 기후 데이터를 활용해 물리 마니아였던 친구는 태양광 발전 패널의 각도와 개수, 배터리 용량을 설정하고, 설치 20년 후의 효율성 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최적의 모델을 선택했다. 지리와 물리를 융합해본 경험은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지방의 인구 소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지리와 도시에 대한 관심은 점점 친환경 도시계획으로 모아졌다. 환경 문제를 도시 차원에서 해결하는 방법이 궁금했던 원빈씨는 도시 중심부에 거주, 상업, 행정 등의 기능을 한데 모으고 주변은 녹지로 보전하는 개념인 ‘압축도시’와 같은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의 사례를 찾아나갔다.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해 원도심을 황폐화시키는 방식보다 지방의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열린 비대면 문화 교류 수업에 참여하면서는 일본 원어민 교사와 ‘도시형 루프’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기도 했다. 지하철 노선을 건설하기엔 인구가 부족한 지방 도시의 경우 4~5명만 탈 수 있는 소형 이동수단인 ‘도시형 루프’가 효율적이라는 일본 NHK의 보도를 접하면서 ‘IT 기술과 교통, 통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의 도시 구조’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다. 


“<도시공간구조론>이라는 책을 참고해 <수학과제탐구> 시간에 도시 계층과 분포의 규칙성을 밝히는 중심지 이론에 대한 포섭 원리와 수학 공식을 보고서로 작성해봤어요. 전통적인 도시 구조를 먼저 파악한 뒤 미래의 도시 구조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탐구해나갔죠. 도심권 중심업무지구는 업무 기능과 생산자 서비스 기능을 끌어당기면서 주거 지역을 더 밀집화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는 환경오염과 교통 문제를 더 가속화하겠더라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마트도시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요. ‘탄소 제로, 자동차 중심에서 벗어난 입체적 교통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 설계’를 앞으로 더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빈씨가 어릴 때부터 살았던 논산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산이 수소 에너지 거점도시 및 국방 산업 혁신도시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직접 개발 단지에 찾아가보기도 했다고. 


“논산의 인구가 노령화될 수밖에 없는 데는 이렇다 할 산업 인프라가 없다는 점이 큰 요인이었어요. 논산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등을 건설하게 되면 관련 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창출되잖아요. 이를 계기로 <화법과 작문> 시간에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책으로 혁신도시를 제시했죠. 국내 대표적인 혁신도시들의 인구 통계를 찾아보며 고령화 감소 및 출산율 상승 추세를 그래프로 나타냈고, 이전된 공공기관과 관련된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알아봤어요. 탐구 과정에서 기존의 혁신도시에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하려는 노력과 혁신도시를 계획할 때 관련 산업의 연구 단지를 자연환경과 기존 인프라에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알게 됐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수소 에너지와 국방 관련 산업을 연관시킨다면 논산의 지역 환경과 삶의 질에 큰 시너지 효과가 나고, 경제 활성화에도 분명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전형과 학과 적합도, 수시 지원의 기준점 


도시 분야 전문가로 꿈이 구체화되면서 관련 학과를 찾아보니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의 커리큘럼이 눈에 띄었다. 주택과 교통, 환경, 토지이용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이론과 현실 응용을 배우는 학과로,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곳이었다. 


중앙대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탐구형 인재 전형과 다빈치형 인재 전형으로 나눠 선발한다. 두 전형 모두 지원한 원빈씨는 탐구형 인재 전형으로 합격했다. 교과 성적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도시에 대한 관심이 학생부 곳곳에 녹아 있는 원빈씨에게는 학업 역량보다 전공 적합성 평가 비중이 높은 탐구형 인재 전형이 더 잘 맞았을 것이다. 


수시에서 역사가 오래된 다른 대학의 부동산학과에도 지원했지만, 이곳은 불합격했다. 부동산에 관한 법률 지식과 경제, 정책, 금융, 투자, 개발 등에 주력한 학과이기에 <경제>를 이수하지 않은 데다 지리에 기반한 도시계획에 관심이 많았던 자신과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종합 전형에서는 평가 요소에 따른 전형과 학과 적합도를 고려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원빈씨에게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한 논산대건고의 교육과정은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1학년 때만 해도 구체화된 진로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 선택 과목을 결정할 때 막막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냥 흥미 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과목을 중심으로 정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난 과목이 지리였고요. 한데 배울수록 더 재미있더라고요. 스스로 선택한 과목이다 보니 아무래도 책임감 있게 공부하게 되고, 탐구 주제 등을 정할 때도 친구들과 대화가 잘됐어요. 느리면 좀 어떤가요. 뭔가 흥미가 당기는 과목 중심으로 배우다 보면 진짜 좋아하는 과목을 찾을 수 있고, 제가 <한국지리>를 접하면서 재미를 느껴 <세계지리> <세계사> <지역 이해> 등을 선택했던 것처럼 연계해나가면 자연스럽게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나를 보여준 교과 세특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산업화와 도시화에 의해 발생하는 열섬현상의 발생 원인과 문제점에 대한 보고서 작성, 교과서 심화 탐구 발표에서 ‘차이와 차별의 구별과 관용을 통한 문화 다양성 존중’ 발표, <정보> 가상현실을 주제로 현재 개발 상황, 우리 생활의 변화 등에 주목해 발표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과거의 국토 지역 불평등 개발에 따른 서울 과밀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호남과 영남의 소외 문제 탐구, 혁신도시 지정 등 균형 개발의 필요성 제시, <한국지리> 자연환경의 영향에 따른 지역별 향토 음식 향유를 위한 가상 여행 계획 수행평가에서 호남 지역 선정, <세계지리> 미얀마 양곤의 기후, 지리적 특징을 조사해 물리에 관심 많은 친구의 친환경 에너지 경제성 평가 프로젝트에 도움을 줌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인구 지리학적 관점에서 흥부전 비평,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농촌 산업 침체의 해결책으로 관광자원 개발과 혁신도시를 통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해결책으로 제시, <수학과제탐구> 도시 구조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 탐구를 위해 과목 신청, 탐구 활동을 통해 도시 공간에서 수학의 활용도 체감

 


 선택 과목 


▒ <한국지리> 특별한 희망 진로가 없던 1학년 때, 여러 분야와 접점이 많을 듯해 선택한 과목이다. 사회 과목 중에서도 기초가 되는 과목이라고 느꼈다. 자연지리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가면서 기대보다 더 재미있어 2학년 선택 과목으로 정했던 <경제>와 <사회·문화>를 <세계지리>와 <세계사>로 변경하는 계기가 됐다. 


▒ <세계지리> <세계사> 두 과목을 연결해 배우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종교가 왜 복잡할 수밖에 없는지 세계사로 보면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지리>를 암기용 과목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세계사>가 도와줬다.  
▒ <지역이해> <현대 세계의 변화> 지리에 관심이 많으니 일반선택 과목에 이어 진로선택 과목으로 이수하면 좋다고 추천 받은 과목이다. 강의식 수업보다 탐구 활동 중심으로 운영되어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과 특징’에 관해 발표하고, 우리의 도시 대부분이 미국의 도시 구조와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어 도시 문제 해결책을 미국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 <교육학> <심리학> 수시에서 지리교육과 두 곳을 함께 지원했을 만큼 지리교사에도 관심이 있었다. 선생님의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 지리에 관심이 생겼기에 자신도 지리를 학생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교육학>과 <심리학>은 사범대학 지원 시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한 과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