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숨어 있는 ‘경제적 사고’ 찾는 책 읽기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 효용을 얻는 법, 선택 시 기회비용 등을 연구한다. 자문 교사단은 미래 경제학도를 꿈꾼다면 사회 현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더불어 수리적 역량을 키우길 권했다. 대학 입학 후 수많은 사회 현상을 그래프와 수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홍익대 경제학과 김원식 교수는 “어떤 사회 현상을 볼 때 수요·공급 요인, 양측을 움직인 배경을 각각 분석해보며 경제적 사고력을 키워보라. 특히 요즘은 표나 데이터를 보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통계학적 직관력, 통계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관련 역량을 키워두면 전공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_ 본지 921호 ‘전공 적합書’ 기사에서 발췌
ONE PICK! 전공 적합書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
지은이 한진수
펴낸곳 해냄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경제 이슈를 소재로 경제학의 개념과 원리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책입니다. 용돈이나 아이돌 등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예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경제 주체로서 자신의 삶과 경제학을 연계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는 논술·토론·탐구 활동 등으로 이어지기 쉽죠. 또 책은 경제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주요 사상가들과 이론을 차례차례 짚어주는 한편 인구 절벽, 양극화, 가계 부채 등 지금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주요 현상을 경제학적 측면에서 분석합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경제> 개념은 물론 다른 사회탐구 영역의 개념·이슈들을 폭넓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강점입니다.”
_ 자문 교사단
ONE PICK! 책 속으로
쉬운 수식·배경지식 차용해 ‘경·잘·알’ 거듭나기
경제학과 수학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많은 이들이 ‘경제’를 꺼려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경알못’ ‘수포자’도 경제적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특히 흔한 실생활 사례 속 경제학 개념·현상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쉬운 수식과 그래프로 재구성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효율성’ 개념은 시험 공부로 설명한다. 공부 시간과 점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가정하고, 두 과목의 공부 일수에 따른 성적을 표로 정리해 그래프로 그렸다. 한눈에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별 공부 시간 조합을 찾아내고, ‘생산 가능 곡선’을 이해케 한다.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생산자 잉여, 한계효용, 경제적 지대 등의 개념을 판매처에 따라 다른 컵라면 가격, 독서실 1일 요금이 가장 비싼 이유,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는 배경 등의 사례로 설명한다. ‘경제적 사고’를 반복해 접하면서, 경제학에서의 수학의 쓸모와 편의도 체감한다. 양극화, 인플레이션, 실업, 가계 부채, 자유·보호무역 등 오늘날의 사회 문제도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나면 ‘간식 메뉴’ ‘학원과 인강’ 등 일상 속 선택부터 ‘미국 금리 인상과 국내 가계 부채’ ‘아마존 밀림을 둘러싼 환경론자·개발론자의 갈등’ 등의 뉴스가 새롭게 다가온다.
“경제학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삶을 연구합니다. 다른 분야를 꿈꿔도 경제적 사고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새 과학 기술은 많은 연구개발비와 인력이 투입된 산물입니다. 자원이 한정적인 만큼 비용 대비 편익이 큰 분야의 연구에 우선 투입하는 게 경제적 사고예요. 좋은 기술도 경제성이 떨어지면 실용성을 갖기 힘듭니다. 전기차나 수소차가 생산비가 낮아진 오늘에 이르러 우리 삶에 침투하고 있는 이유죠. 책을 통해 일상 속에서 경제적 사고를 길러 보면 좋겠습니다.” _ 한진수 교수(경인교대 사회교육과)
선배의 독서와 진로
이론서·소설 함께 보며 전공 역량 UP!
한찬희
서울대 경제학부 1학년
경제학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사회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치화와 비교를 통한 선택’에 매력을 느꼈어요. 경제학에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세상 곳곳에 활용되고 있더라고요. 어렵지만 보람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경제학을 배우겠다는 다짐을 굳힌 것 같습니다. 실제 입학하고 보니 수업에 수학이 많이 쓰여요. 입학 전 수학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고 오면 좋겠습니다.
대입 준비 과정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모교에서 <경제>를 이수하지 않았어요. 때문에 경제 기초지식을 보충해줄 책들을 읽으려 노력했죠. 대입에서 학생부 독서 활동 상황 기록이 축소되는 추세인데, 제 경우 서울대 자기소개서에서 나름 유용하게 활용했어요. 인상 깊었던 책 2권 중 하나로 <국부론>을 꼽아 애덤 스미스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제 경제관을 정립한 계기라고 적었거든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정당화해 공익을 훼손시킨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가 진정 추구했던 것은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한 시장이었고, 가난한 사람도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며 생활할 수 있는 국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후 바람직한 경제 활동과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경제 정책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다른 하나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어요. 전 문학도 주기적으로 읽었어요. 공부도 어려운데 독서까지 힘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사람의 심층적 내면들이 얽힌 사건들이 흥미로웠어요. 지금은 보여주기 위한 독서가 기록될 곳도 없고,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필요한 독서와 즐기는 독서를 병행하길 바라요.
선배의 강추 전공 적합書
<자본론 공부>
지은이 김수행
펴낸곳 돌베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경제학도의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 깊이 있는 내용 때문에 청소년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까다로운 <자본론>을 한국의 마르크스라 불리는 김수행 전 서울대 교수님이 쉽게 해설해준 책이에요. 이해하기 쉽고 분량도 부담되지 않죠. <자본론>에 관심이 있지만 읽기는 어렵다 싶은 후배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21세기 자본>
지은이 토마 피케티
펴낸곳 글항아리
그 두께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입니다. (웃음) 하지만 난관을 딛고 책을 펼쳐 읽다 보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주제인 ‘불평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평등이 ‘자본소득의 절대 우위’에서 비롯된다고 지목했어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원래 부자인 사람이 재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거죠. 따라서 극소수의 부자·기업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요. 책을 통해 지식은 물론, 사회와 경제의 흐름에 대해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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