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의 즐거움 재발견하는 독서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국어국문학과는 한국의 언어와 문학을 연구한다. 평소 문학이나 문화 텍스트를 풍부하게 향유하고 감상하는 능력을 기르면 전공 수업을 이해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개인의 관심 분야에 따라 폭넓게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 등의 전공을 결정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취업, 창작, 대학원 진학 등 진로가 다양하다. 국어국문학 전공을 기반으로 광고학 경영학 외국어 등을 부전공 또는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_ 동국대 전공 가이드북 30쪽 요약 발췌
ONE PICK! 전공 적합書
<시를 잊은 그대에게>
지은이 정재찬
펴낸곳 휴머니스트
“최애 노래가 있듯이 최애 시를 가슴에 품고 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중·고등학교에서 수많은 문학 작품을 배우고 익히고, 제대로 이해했는지 평가까지 받습니다만, 정작 가슴에 남은 시 한 편이 있는 이는 드물죠. 이 책은 ‘애송시’라는 말조차 낯선 지금, 우리말로 된 우리 문학의 힘을 보여줍니다. 책에 수록된 시는 대부분 이미 한 번씩은 접해본 작품입니다. 하지만 다시 읽는 게 아니라 처음 만난 느낌이 들 거예요. 시인의 삶뿐 아니라 나의 생활이나 영화, 노래 등과 함께 연결하며 읽는 감상법 때문이죠. 이를 좇아 시를 읽으며 ‘문학의 서정성’이 무엇인지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지은이처럼 일기 편지 SNS와 같은 글쓰기에 시를 활용해보고 친구들의 반응을 기다려보는 것도 추천해요.”
_ 자문 교사단
ONE PICK! 책 속으로
문제 풀이로 멀어진 문학 삶 속에서 가까워지기
시인 최승호는 말했다. “수능 모의고사에 내 시가 출제됐는데, 나도 다 틀렸다. 학생들에게 살(시의 이미지)과 피(시의 운율)는 빼고 숨겨진 뼈(시의 의미)만 보라니 틀리는 게 아닌가.” 즉, 국어를 잘 이해·활용하려 배우는 과정이 오히려 국어, 우리 문학과 멀어지게 하는 셈이다.
이 책은 그렇게 멀어진 우리 문학과 다시 가까워지게 만든다. 책 속의 시는 온갖 상징과 비유로 학생들의 두뇌를 공격하던 문제 속 시와 다르다. 다른 세상 사람 같던 시인을 부모님의 애창곡으로 현실로 소환하고, 그의 대표작을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과 연결해 보다 쉽고 새롭게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명명행위’를 바탕으로 사물과 언어의 관계를 다룬다고 배운 김춘수의 <꽃>. 지은이는 같은 시인의 <바람>을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담겼다고 해석하며, 매해 피던 목련을 시인이 달리 본 이유를 <꽃>과 연결해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교과서 속 시 해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대해 시대 배경과 시인의 삶을 풀어내며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어떻게 쓰였는지’도 놓치지 않는다. 시는 단어의 음절 하나에 운율이 바뀌는 민감한 장르다. 짧고 편히 읽히는 시 속에 담긴 치밀한 계산을 짚어준다. 이를 좇다 보면 다른 사고와 넓은 시야를 접하는 ‘문학 감상의 정석’을 경험한다. 우리말·글의 아름다움도 다시 보인다.
국어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이들은 물론, 우리글과 말을 쓰는 누구나 읽어볼 만하다. 문학의 서정성에 흠뻑 빠져보는 경험만으로 값지다. 쉽고 자연스럽게 국어의 쓰임과 목적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며 국어와 한결 가까워져 다른 글과 말을 제대로 이해·활용하는 바탕을 다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밤눈>과 <설야>는 동일한 제목이나 다름없다. 둘 다 저마다 ‘슬픔’과 ‘흐느낌’이 있고, ‘옛 자취’와 ‘옛 얘기’가 있다. 그런가 하면 둘 다 모두 소리 없이 고요히 내리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 (중략) 고요히 눈 내리는 밤, <설야>를 떠올리며 <밤눈>을 들어보라. 시와 노래가 본디 하나이던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_ <시를 잊은 그대에게> 273쪽
선배의 독서와 진로
소소한 일탈이었던 독서, 즐겁게 문학의 본질에 다가갔어요
권수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후배들을 위한 국어 문법 게임 제작 프로젝트를 하면서, ‘컴퓨터 정보 처리 기기 안에서의 우리말’에 관심이 생겼어요. 대학에서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배운 후, 우리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얼마 전 ‘인공지능연합 전공’ 복수 전공에 합격해 꿈에 조금 더 다가갔죠. 대학 전공 수업은 예상과 조금 달라요. 법칙이 완고하고 암기량도 많을 것 같은 국어학은 ‘정답이 없다’며 학생 개인의 사고를 되묻는 반면, 국문학은 외국 문학 이론, 국내 문학사, 작품까지 외울 것이 상당해요. 한자 영어 등 여러 언어를 접하고, 창작 수업은 없어요. 후배들이 이를 알고 진학하면 좋겠어요.
대입 준비 과정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책을 한 권 선정해 주말에 읽고, 독후감상문을 제출하는 ‘클라이밍 북’ 활동을 했어요. 기숙학교라 주말엔 자습이 길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당당하게 ‘딴짓(?)’을 했던 것 같아요. (웃음) 문학 작품을 즐겨 봤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는 감동은 물론, 감정을 글에 적절히 결합하는 서사 구조의 중요성을 일깨워줬어요. 게임 개발을 하며 자연어와 뇌 인지에 대한 관심이 생겨 질 포코니에의 <정신 공간>을 읽으며 인공지능 쪽에 흥미를 갖기도 했고요. 사실 전 책을 많이, 즐겨 봤지만 전공과 딱 연관됐던 책은 잘 안 떠올라요. 그때그때 손이 가거나, 수업이나 기출문제에 등장한 지문과 관련 있는 작품들을 봤는데요. 언어가 도구인 점을 감안하면 모든 책들이 도움이 된 게 아닐까 해요.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삶을 대하는 태도나 어떤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줬거든요. 서사 구조와 인물, 문장 구성 등도 분석하며 우리말의 쓰임을 깊이 이해하게 됐고요.
선배의 강추 전공 적합書
<자기 앞의 생>
지은이 로맹 가리
옮긴이 용경식
펴낸곳 문학동네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유태인 유모 로자 아줌마와 함께 사는 열네 살 모모의 이야기인데요. 2차 세계대전 이후 병자, 범죄자, 성소수자, 노인 등 다양한 인종과 배경의 하층민의 삶을 실감나게 그리면서 사람을 돌아보게 해요. 직접적인 표현이나 관계 설정은 없지만,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보이는 행동과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 무엇인지, 삶은 또 무엇인지 곱씹게 되더라고요. 특히 작품이 품은 철학은 깊이 있지만, 읽기는 매우 쉬워요. 번역문이지만 편하게 읽히고, 분량도 많지 않거든요. 문학은 재미와 함께 통찰력을 키워주고, 개인의 인식이나 태도를 바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후배들이 이 책을 가볍게 읽으면서, 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봤으면 좋겠어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지은이 마이클 샌델
옮긴이 안기순
펴낸곳 와이즈베리
고등학교 때 원서 읽기 과제로 본 책입니다. 어쩔 수 없이(웃음) 읽었는데 ‘시장주의’를 돌아보고, 사회와 도덕의 관계성도 살필 수 있었어요. 국어는 결국 언어라는 도구잖아요? 저는 전공 수업을 통해 익힌 국어국문학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 방향을 고민해보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시장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모두에게 이롭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책에서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례를 끌어와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될 때 그 가치가 훼손되거나 변질되는 것도 있음을 주장해요. 신뢰, 배려 등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도덕적 가치를 찾아보고, 책의 내용을 수긍하거나 비판하면서 자기 나름의 방향을 잡아보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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