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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여줄 과목 선택은?

교과 평가 강화하는 대학 

나를 보여줄 과목 선택은?    

 

중간고사 후 고1은 고2부터 배울 선택 과목을 본격적으로 고민합니다. 고2도 고3 선택 과목의 변경 여부를 검토하고요. 희망 학과나 진로, 관심 분야나 흥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지만 결정이 쉽진 않습니다.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교과 평가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는 점은 선택을 더 어렵게 합니다. 여기서 교과 평가는 단순 교과 성적을 넘어 과목 이수 이력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등 교과 관련 항목 전반을 의미하는데, 특히 대학은 과목 선택을 눈여겨봅니다. 수상 실적 등 대입에 반영되는 학생부 항목이 줄어들며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서류 평가, 즉 학생부 정성 평가를 하는 대학이 늘고 있고요. 한편 대입 전반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늘고, 중상위권 학생은 학생부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함께 지원하는 경향이 굳어지면서 수능이나 교과 성적을 우선해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선택 과목, 어떻게 결정하고 공부하면 좋을지 짚어봤습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 강경진 책임입학사정관(서강대학교)·이효종 교사(서울 서문여자고등학교)

 

 

 


 PART 1    선택 과목, 왜 중요할까  

 

‘진로 역량’ 평가 속 선택 과목 비중 커져  


2018년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래, ‘선택 과목’은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대부분 학생이 학교가 정한 시간표대로 수업을 받던 종전과 달리, 학생 개개인이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 이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 그뿐만이 아니다. 선택 과목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진로에 대한 관심, 학업 역량, 태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Ⅱ>를 선택했다면, 과목의 특성상 공학 분야에 관심 있거나 자질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과목의 난도나 수강자 수를 고려했을 때 어려운 과목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학업 역량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선택 과목은 학생의 여러 모습을 살필 수 있어 종합전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다. 

 

또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2024학년 기준 대입에서 자기소개서가 완전히 폐지됐고, 학생부의 수상 실적, 독서 활동 등을 대학이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학은 학생부 중 볼 수 있는 영역, 특히 교과 영역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였다. 동시에 선택 과목의 역할도 커졌다. 

 

실제 2022년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5개 대학이 종합전형 평가 요소 중 ‘전공 적합성’을 ‘진로 역량’으로 변경하면서 선택 과목의 중요성은 더 강화됐다(본지 1035호 ‘전공 맞춤형 강박 벗기_진로 역량 드러낼 과목 선택은?’ 기사 참조).

 

전공’에서 ‘진로’로 개념을 확장하면서, 세부 평가 항목에서 종전엔 하나였던 ‘전공(계열) 관련 교과 이수 노력’과 ‘전공(계열) 관련 교과 성취도’가 둘로 나뉘었다. 지원자의 과목 이수 이력과 성취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기록된 수업 참여도 등에서 진로 관련 과목을 이수하려고 노력했는지, 성취도는 우수한지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에 학생부 정성 평가가 도입되면서 종합전형 이외의 전형에서도 선택 과목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25학년 기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부산대 성균관대 한양대가 교과전형에서, 서울대가 정시에서 각각 학생부 정성 평가를 한다. 반영 비율은 대개 30% 내외로 높지 않으나 대학에 따라 실질 영향력의 차이가 크다. 특히 건국대와 동국대는 서류 평가로 당락이 바뀌는 비율이 높다.      

 

서울 서문여고 이효종 교사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학생의 대입 재도전이 더 심화됐다. 진로나 전공에 의지가 있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중도 이탈 가능성이 낮아 극소수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진로나 전공 역량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들 대학은 지원자의 교과, 특히 선택 과목에서 관련 역량을 살핀다. 서울대가 모든 정시 전형에 교과 평가를 진행하고, 교과전형에서 서류 평가를 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이 제시한 ‘전공 연계 과목’ 주목해야   


대학은 선택 과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할까? 각 대학의 입학 요강이나 종합전형 가이드북의 평가 방법을 통해 이를 파악할 수 있다(표 1, 2). 대체로 모집 단위에 필요한 교과목을 충실히 이수하고, 높은 성취를 보인 학생들에게 유리한 점수를 부여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학 공부에 필요한 과목, 즉 전공 연계 권장 과목은 생각보다 넓다. 인문 계열의 경우 경영·경제·통계 등 일부 모집 단위를 제외하고 별도의 권장 과목을 설정하지 않은 대학이 대다수이며, 자연 계열은 공학, 의약학 계열, 자연과학 등 소계열에 따라 수학·과학 교과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에 대해 서울대는 <물리학Ⅱ> <미적분> <기하>를 핵심 권장 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는 권장 과목으로 안내한다. 핵심 과목은 학과 공부를 위해 ‘필수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이고, 권장 과목은 ‘가급적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이다. 5개 대학은 이에 <화학Ⅰ·Ⅱ>를 권장 과목에 추가했다(본지 1014호·1088호 기사 참조). 

 

건국대 동국대 숭실대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합해보면 크게 자연 계열은 지원 모집 단위와 연계되는 수학·과학 과목을 어떻게, 얼마나 이수했는지를 평가하며 인문 계열은 국어 영어 사회 과목을 위주로 폭넓게 보되 전공에 따라 수학이나 과학 이수 시 좀 더 눈여겨보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대학·전형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다른데, 평가 요소에서 진로 역량이나 전공(계열) 적합성의 비중이 높은 경우 관련 핵심·권장 과목을 충실히 이수하고 성취도가 우수하면 다른 교과의 성취도가 다소 낮아도 좋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권장 과목을 제시한 대학 중 대부분이 ‘보통 교과’ 내 과목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5개 대학의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도 “고등학교 단계에서 필요한 교과별 학문의 기본적인 이해에 바탕을 둔 일반선택 과목을 충실히 이수하고,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희망 전공(계열)과 관련한 진로선택 과목을 이수하고 있는지 연계적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때 위계에 맞게 난도와 수준을 높여 배우고 탐구했는지도 주의 깊게 본다. 과목 체계에 맞춰 순차적으로 배웠는지, 학습 시간이 적절했는지 등을 통해 ‘제대로’ 배웠는지를 살핀다는 뜻이다.

 

서강대 강경진 책임입학사정관은 “전문 교과 과목을 다수 이수한다고 특별히 유리한 점은 없다. 지역·학교에 따라 상황이 다르지만, 일반고에서 개설하는 전문 교과는 수업 시간이 특목고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반고 학생의 전문 교과 이수 이력은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 정도로 참고한다. 진로선택 과목이라 성취도로 성적이 산출되는 만큼 성적도 눈여겨보긴 하나, 영향력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한다.    

 


 PART 2   과목 선택 길라잡이

 

 

  STEP 01    과목 특성과 체계 이해하기  


선택 과목을 잘 고르려면, 과목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고1 때 공통 과목 위주로 공부하고  2학년부터 선택 과목을 배운다. 선택 과목은 크게 일반선택, 진로선택으로 나뉜다. 일반선택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교과별로 학문적 바탕을 다지는 과목, 진로선택은 학문·진로의 깊이를 더하거나 적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과목이다. 공통 과목과 일반선택 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 진로선택 과목은 절대평가인 성취도로 성적이 산출된다. 특목고에 주로 개설되는 심화 과목인 전문 교과Ⅰ, 특성화고에서 취업·실무 능력을 키워주려고 개설하는 전문 교과Ⅱ가 일반고에서 개설되면 진로선택 과목으로 취급된다. 

 

개별 과목의 특징, 같은 교과군 내 과목의 차이도 살펴야 한다. 과목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했다가 예상과 다른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진로선택 과목은 낯선 과목이 많고 과목 간 난도 차이도 커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 <고전읽기>는 ‘고전소설’이나 ‘고전시가’가 아닌 <플라톤의 국가> <논어> <종의 기원> 등 인문 과학 등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서적을 읽고 토론·논술 등의 활동을 하는 과목이다. <실용국어> <실용영어> <실용수학>은 취업이 목표인 학생이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과목이다. 개별 과목의 특성은 시·도교육청의 선택 과목 안내서나 <내일교육>의 <선택 과목 가이드북>에서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STEP 02   과목 선택, 유연하게 접근하되 핵심 과목 확인 필수   


다양한 교과목을 확인했다면, 자신이 배울 과목을 골라낼 차례다. 학교에 따라 개설 과목이 다르고 선택권도 차이 나지만 최대한 관심 분야나 희망 진로와 관련 있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인문 자연 예체능 등 계열로 접근하면 된다. 자연 계열에 관심이 있다면 수학 과학, 인문 계열을 선호한다면 국어 영어 사회를 중심으로 관심이 가거나 필요한 과목을 덧붙이는 형태로 선택하는 식이다. 이때 대학의 전공 연계 이수 권장 과목은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서울대와 5개 대학(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동국대, 건국대 등은 계열별, 전공별로 연계되는 과목을 따로 안내한다. 

 

계열에 대한 선호도도 불분명하다면 지금까지의 수업에서 좀 더 공부하고 싶거나 확장해보고 싶은 내용과 관련 있는 과목 혹은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대학이 발행하는 가이드북을 통해 전공의 특성과 평가 기준, 관련 과목을 훑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안내한 책자가 많아 전공이나 진로를 설계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전공 소개 내용을 보고 흥미가 생기는 것들을 몇 개 골라보고, 교집합 과목을 중심으로 결정하면 진로 설계와 과목 선택에 모두 도움이 된다.  

 

 

 STEP 03   ‘제대로’ 배울 과목 선택하되 안주보다 도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교과 내 학습 단계(위계)를 고려해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적분>은 같은 일반선택 과목에 속하는 <수학> <수학Ⅰ·Ⅱ>를 모두 공부한 후 배울 수 있다. 진로선택 과목인 <기하> <수학과제탐구> <확률과 통계>는 1학년 공통 과목인 <수학>만 배우고 바로 학습해도 괜찮다. 과탐은 Ⅰ과목에만 집중하거나 Ⅰ과목에서 전문 교과로 바로 건너뛰기보다 관심 분야 혹은 희망 전공과 관계 깊은 Ⅱ과목을 충실히 이수하길 권한다.  

 

단, 도전적인 선택을 시도할 만하다. 특히 최근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비중이 40%를 넘는 데다,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적용되다보니 수능 응시 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과 등급을 의식해 응시자 수가 적거나 자연 계열 성향 학생이 많은 과목을 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교사는 “고1, 2는 눈높이가 높고 정시에 희망을 갖는 학생이 많다. 특히 자연 계열 지망생은 수능에서 <미적분> 과탐 선택자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과탐은 수능에서 응시 인원이 많은 Ⅰ과목 위주로 선택하고, 3학년에 배워야 하는 데다 난도와 학습량이 부담스러운 Ⅱ과목은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경우 수시 지원의 폭이 크게 줄어든다. 주요 대학의 종합전형은 물론 서류 평가를 하는 서울권 대학 교과전형에 지원하기가 어려워진다. 대부분 자연 계열 모집 단위는 Ⅱ과목 1개 이상을 핵심 과목으로 안내하니, 이를 참고해 도전하길 권한다. 진로선택 과목이라 성적 부담도 적고, 대입에서 다양하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인문 계열 지망생은 수학 과목에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학업 역량을 드러내기 좋고,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초 역량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교사는 “일부 대학이 상경 계열에 <확률과 통계> <미적분>을 핵심 과목으로 지정했는데, 학생 입장에선 <미적분> 선택은 성적이나 학습 시간 면에서 고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수한다면 성적은 다소 아쉬워도 희망 전공 수시 지원자 사이에서 차별화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적분>이 부담스럽다면 진로선택 과목인 <수학과제탐구>를 선택해 실생활에서 수학을 활용해 탐구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안주하거나 회피하기보다 도전해보라”고 제안한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학업 역량이나 다른 과목과의 학습 균형을 고려해 정보나 인공지능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추천한다. 심리학이나 지리학 고고학 역사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희망해도 세부 관심 분야에 따라 생명과학이나 화학 등 과학 교과를 선택할 수 있다. 등급은 다소 하락할 수 있지만 대입은 같은 성향의 학생끼리 경쟁하는 만큼 큰 장애가 되진 않는다는 조언이다. 

 


MINI INTERVIEW

간호학과 관련 깊은 <생명과학Ⅰ·Ⅱ> 포기 안 했죠”

 

임수하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서울 혜성여고 졸업) 

 

 

Q. 인문 계열로 간호학과에 입학했는데, <생명과학Ⅱ>까지 이수한 이유는?

 

간호학과 진학을 희망했기에 자연 계열을 지망했어요. 하지만 고1 <통합과학> 수업을 들으면서 막막해지더라고요. 자연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계산식으로 풀어내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반면 사회나 언어 관련 과목은 흥미로웠어요.  목표가 확고했기에 고민이 컸는데, 몇몇 대학의 간호학과 홈페이지를 살피다 ‘인문 계열 모집’을 발견했어요. 더 알아보니 가톨릭대 경희대 서울대 성신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도 간호학과를 수시에서 인문 계열로도 모집하더라고요.  그래서 사회 국어 영어 과목 위주로 선택하되, 전공을 고려해 <생명과학Ⅰ·Ⅱ>는 계획대로 이수했어요. 간호학을 배우려면 인체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기하>는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수학 담당이셔서 영향을 받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수학 역량을 높일 수 있어 도움이 됐어요. 

 

 

Q. 다른 선택 과목과 선택 기준은?

 

저는 진로가 명확해서, 간호학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어요. 의료 윤리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을, 의료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정치와 법> <사회·문화>를 선택했어요. 의료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있어 <확률과 통계>도 배웠고요. 수능을 고려해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는 3학년 때 이수해 내신과 함께 준비했고요. 중앙대 CAU융합형인재전형으로 합격했는데, <생명과학Ⅱ>를 비롯해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며 필요한 학업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 조언을 한다면?

 

지금 듣는 수업 중 해부학은 <생명과학Ⅰ> 전체, 간호학개론의 사회보장제도는 <사회·문화>와 연결되더라고요. 대학 공부에 도움이 될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어요. 후배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개별 과목의 성격을 꼼꼼히 살펴보면 좋겠어요. 선택 자체는 부담스럽겠지만, 자신의 진로나 성향에 맞는 과목을 고민하면서 학습 계획이나 진로도 되돌아보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실제 입학해보니 생각보다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한 친구들이 많은데, 적성이 중요한 학과라 공부를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봐요. 후배들도 대학 전공을 결정할 때 성적에만 기준을 두지 않길 바라요. 그러려면 자신이 좋아하거나 흥미 있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 과목 선택이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어려운 <물리학Ⅱ> <화학Ⅱ> 공학 계열 지망했기에 도전

 

안서영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1학년(서울 예일여고 졸업)

 

 

Q. 고3 때 <물리학Ⅱ> <화학Ⅱ>를 선택했는데 부담은 없었나?

 

부담이 없진 않았지만, 흥미가 있었고 공학 계열 지원에 필수라고 생각해서 별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모교는 과학중점학교라 과학 과목이 비교적 다양하게 개설돼 있었어요. 1학년 때 <생명과학Ⅰ>, 2학년 때 <물리학Ⅰ>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공부하면서 과탐 과목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고, 제 성향도 알게 됐어요.  실생활과 관련 깊어 화학에 관심이 컸는데, 물리학도 배워보니 원리 위주로 접근·활용해 적성에 맞더라고요. 산업 현장에서 다양하게 응용된다는 점도 흥미로웠죠. 화학 관련 학과를 지망하다 물리학에 재미를 느끼면서 공학 계열까지 전공 선택의 폭이 넓어졌어요. 단, 수능은 <물리학Ⅰ> <지구과학Ⅰ>을 선택했어요. Ⅱ과목이 난도가 높아Ⅰ과목에서 선택자수가 많고 관심 있는 과목을 하나씩 골랐죠.

 

 

Q. 다른 선택 과목과 선택 기준을 말해준다면?

 

자연 계열을 지망했기에 수학·과학 위주로 선택했어요.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를 모두 배웠어요. 공동 교육과정으로 <고급수학Ⅰ> <화학실험>도 이수했고요. 특히 <화학실험>은 실험 후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여러 학교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보다 깊이 공부할 수 있어 큰 자극이 됐어요.  사회 교과는 <경제> <여행지리>를 들었는데요. 고1 학교 지정 과목이었던 <경제>가 의외로 재밌었어요. 주변에서 접하는 경제 현상을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실생활과 관련한 실용 학문에 흥미를 느낀다는 점을 재확인해서 나름 의미 있었어요.  

 

 

Q. 후배들에게 과목 선택을 조언한다면? 

 

지레 겁먹지 말고, 필요하거나 흥미가 있다면 도전해보세요. 어렵거나 선택자 수가 적어도 스스로 선택했다면 더 노력하게 되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사실 고2 과탐Ⅰ세 과목을 선행학습 없이 공부하려니 1학기 때 성적 때문에 꽤 힘들었어요. 방학 기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2학기엔 대부분 1등급으로 성적을 끌어올렸고 물리에 흥미를 느꼈죠. 이런 경험이 있고, 진로선택 과목이라 성적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물리학Ⅱ> <화학Ⅱ>를 선택한 게 교과 성적이나 대입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실제 수업을 들어보니 Ⅱ과목이 난도는 높지만, 진로선택 과목이라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대학에서의 전공 기초 수업과 내용이 직결되기도 하고요.  또 자연 계열 지망생은 대개 사회탐구 과목을 별 고민 없이 선택하는데, 일반사회 과목은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주고, 윤리나 역사 관련 과목은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점을 고려해 가능한 선에서 자신에게 맞는 과목을 적극적으로 찾아 듣는 것도 추천해요.